재택근무에 대한 소회

저희 회사는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팀마다 각 팀의 규칙에 맞게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하는 분위기입니다.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2020년 12월 즈음 확진자가 꾸준히 800~1000명 나오는 시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느낀 재택근무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재택근무의 좋은 점, 나쁜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좋은 점

시간

아무래도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집까지 약 40분~1시간 정도 걸리는 편이었는데, 왕복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날씨도 꽤 추워져서 출퇴근이 고생스러웠는데, 덕분에 이렇게 하루 1시간 정도 블로그를 쓸 시간도 생겼습니다. 또한, 저는 될 수 있으면 10 to 7을 맞춰서 출근합니다만, 동료분들 중에는 집중되는 시간을 찾아 새벽에 출근하신다든가 하면서 좀 더 자기 주도적으로 근무시간을 관리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침에 너무 늘어져 늦게 출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침 시간에는 하루 20분씩 전화 일본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시간이 생겨서 할 수 있는 일이네요.

돈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분당의 식당 물가는 워낙 유명하고 (한 끼 평균 8천원), 퇴근이 좀 늦어지는 날에는 집에서 늦게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아서 저녁도 밖에서 먹고 들어갔었는데, 집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매달 교통비만 해도 7~8만원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은 돈을 절약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회사에서 조식을 줬다는 점이나, 집에서 전자기기를 운용해야 하면서 늘어난 전기료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얼마 정도 이득일지는 잘 모르겠네요.

나쁜 점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의 중첩

초반에 가장 어려웠던 점입니다. 한동안 아무리 출근을 해도 집을 벗어나지 않아 생기는 묘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근을 해서도 업무 시간 초반에는 집중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퇴근을 해도 퇴근을 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결 방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방 하나를 근무시간에만 들어가는 곳으로 바꿨습니다. 침대나 소파처럼 마음이 집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것들을 모두 치우고 최대한 불편한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할 때는 무조건 그 방에서 하고, 점심시간, 혹은 잠시 스트레칭 할 때는 밖에 나와서 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꽤 도움이 되어 공간이 주는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중첩의 증상은 결국 바뀐 Context에 몰입이 안 된다는 것인데, 반대로 얘기하면 몰입할 일이 생기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자기만의 아침 루틴을 만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조금 창의력이 덜 요구되는 일들(ex. 캐주얼 미팅 때 공유할 어제 한 일 정리, 오늘 해야 할 일 정리)을 위주로 아침마다 해야 할 일을 정해두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루틴을 하나하나 이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무 모드로 전환되어 있더라고요.

커뮤니케이션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에서 강조한 것처럼, 의사소통에서 반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 방법이 제한적인 재택근무의 특성 상, 초반에는 다소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불필요하게 자원을 많이 투입하거나, 혹은 덜 투입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팀원 간의 동기화가 잘 안 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해결 방안

일단 평소보다 훨씬 언어적 표현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최대한 PR이나 CS 처리 등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잘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물어보고.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바로 Zoom으로 연락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오히려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을 때보다 업무 상황은 더 투명하게 잘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캐주얼 미팅도 좋은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은 Sprint Review는 주 1회만 실시하고, 매일 아침 11시에 간단한 small talk 시간을 가집니다. 따로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정도 주말에 한 일, 재밌게 보고 있는 기술적 주제와 같은 업무 외적인 사소한 이야기부터 본인이 업무 중에 겪고 있는 문제나 진행 상황 등을 간단하게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각자 어떤 일에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라 간극이 좁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팀원 중에서 저만 하는 건데, 개인 Slack 채널을 만들어서 혼잣말로 저의 현 상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업무 채널에 쓰기는 조금 사적인 내용을 적는데, 이는 평소 오피스 출근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이 뒷자리에 계시다 보니 가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보실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고 도움이 됐었는데, 이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싶다는 점에서 착안했습니다. 또 뜻밖에 많은 분이 각자의 목적으로 ‘z_‘로 시작하는 개인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실 만들고 나서는 개인 트위터냐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 여기에 글을 쓰면서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고, 또 팀원 분들은 제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보시고 피드백도 주시기도 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건강

건강은 업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비교적 사소한 부분이지만, 인생에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활동량이 확 줄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출퇴근하는 날에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걷기만 해도 5천보 정도는 걷게 되는데, 집에 있으면 100보도 안 걷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 가운데도 사소하지만, 식사 시간도 늦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랑 같이 먹을 때는 자연스럽게 특정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게 됐는데, 혼자 밥을 먹다 보니 “이것만 해야지~” 하고 식사 시간이 늦어져서 나중에 저녁 식사도 애매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네요.

해결 방안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집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매일 애플 워치의 링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 운동을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 해결하기 제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외

  •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메라비언의 법칙은 “반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나 되기 때문에 언어적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일한 언어적 표현이라도 그 외 언어적 표현에 의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게 본래 취지라고 합니다. 같은 “고맙다.”라도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거랑 화를 내며 고맙다고 하는 것은 다른 의미인 것을 생각하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사내에서 허먼 밀러 의자 공동구매를 했었는데, 그 때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Written by@Jaewon Heo
More than yesterday. Less than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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