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콘 2022를 다녀와서

저는 지난 8월 26일 인프랩에서 개최한 인프콘에 다녀왔습니다. 오프라인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양질의 발표를 들으며 다른 개발자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번 인프콘 발표를 통해 어떤 점을 배웠고 느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인프콘에서 직접 들은 발표 별 요약을 남길까 생각했지만, 각각의 발표를 정리하다 보니 제가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을 3가지 테마로 추릴 수 있을 것 같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재생산해보려고 합니다.

성장

인프런이 개발자 성장을 돕는 플랫폼이라 그런지 이번 인프콘에도 개발자 성장에 관한 발표가 많이 있었습니다.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고 빠르게 전파되는 개발계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지 개발자라면 모두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든 꾸준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발표자분들 중에는 스터디를 하신 분도 계시고, 자기 나이만큼 독서를 하신 분도 계시고, 개발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 분도 계셨습니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를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진행하셨다는 점은 모두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꾸준함을 내재화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시간을 정해 하루의 특정 시간을 공부에 할애한다든가, 매일 혹은 매주 참여하는 스터디를 만든다든가, 정해놓고 유튜브 채널에 개발과 관련된 영상을 업데이트한다든가 하는 방식이 그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시스템을 채찍으로 구축할지 당근으로 구축할지는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고르든 작게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공부의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고, 양이 달라질 수도 있고,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공부 그 자체를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개발자의 공부는 목표보다는 과정 중심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의 공부는 어떤 자격증이나 시험공부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후자는 시험에 떨어지거나 자격증을 따지 못하면 과정이 퇴색되지만, 전자는 뚜렷한 끝이 없습니다. 무언가 거대한 업적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달성 과정에서 얻는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과정이 중요시되는 것은 개발의 생애 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개발도 제품의 출시가 목표라기 하나의 체크포인트일 뿐이고 그 점에 이르기까지의 개발 과정과 이후의 쭉 운영하고 개선하는 과정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지 않나 싶습니다.

개발 콘텐츠와 셀프 브랜딩

개발과 관련되어 구글링, 유튜브, 트위터를 하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개발자분들이 있습니다. 이번 인프콘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제가 인터넷 세상에서 자주 봤던 분들을 직접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연히도 제가 발표를 들은 발표자분들은 모두 직접 개발 콘텐츠를 생산하시며 셀프 브랜딩을 하셨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개발 콘텐츠는 개발과 관련된 글, 영상, 발표, 강의, 책 등을 의미합니다. (이 글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개발 콘텐츠를 생산하고 셀프 브랜딩을 하는 것은 왜 필요할까요?

개발 콘텐츠 생산의 중요성은 먼저 앞선 문단에서 이야기했던 성장과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개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단순히 어떤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서 이를 타인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자기 방식대로 곱씹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때로는 통찰을 얻어 구체적인 텍스트로 만들어야 합니다.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좀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기도 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과 관련된 하나의 분야가 아니라 근처 여러 분야를 종합해 알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이러한 개발 콘텐츠를 통한 셀프 브랜딩은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되기도 합니다. 인프런 강의나 유튜브라면 그 자체로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콘텐츠는 하나의 역사가 되어 나를 증명하는 글이 됩니다. 나의 능력을 증명하기에도 좋고, 개발자 커뮤니티에 나를 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이직 제안을 할 수도 있습니다.

꼭 개발 콘텐츠를 만들거나 셀프 브랜딩을 해야 좋은 개발자인 것은 아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개발자로서의 자신을 정의하는 일은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기 자신이 개발에 있어서 어떤 점에 강점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가? 라는, 이른바 메타 인지를 기반으로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성장에 방향성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레거시 개편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영원불멸 유일무이한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거시 개편은 개발자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기술이 변하고,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이 달라집니다. 같은 문제 상황이라도 가용 개발자 인원, 개개인의 실력, 도메인 이해도와 같은 제약 조건에 따라 최선의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레거시 개편 전략을 세우면 좋을까요?

이번 레거시 개편과 관련 발표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단어는 가성비, 발표에서는 ROI(투자자본수익률)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레거시를 개편할까요? 앞으로 들어갈 운영 비용, 개편에 들어갈 비용과 이를 통해 아낄 수 있는 비용 등을 저울에 올려 어느 개편의 저울이 좀 더 무거워질 때 우린 레거시와 작별해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울 양쪽이 골고루 무거워지는 것을 보며 이도 저도 못 하다 결국 손댈 수 없는 괴물이 돼버리고 서비스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가성비는 레거시 개편의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제가 입사해 진행한 2번의 레거시 개편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한 번은 기존 서비스를 내리고 비슷한 목적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던 것. 또 하나는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고 기술 스택만 변경했던 것이었습니다. 두 번 모두 성공적인 개편을 이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번 발표를 통해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조금 들게 됐습니다. 특히 측정의 미비함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당당하게 누구에게나 “(가성비가) 좋은 개편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직관과 감각에 의존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마치며

온라인 콘퍼런스와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물리적인 공간 안에 수많은 개발자와 함께 있었다는 점입니다. 개발자로서의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눈을 빛내는 다른 개발자들을 바라보며 크게 자극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고 발표에 몰입할 수 있었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킹에 능하지 않은 개발자라도, 다른 개발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고민하고 계신 개발자분들이라면 한 번쯤 오프라인 콘퍼런스에 참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약 2년간의 제 개발 커리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난 경력 동안 잘한 점은 살리고 아쉬운 점은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언젠가 내공이 쌓여 이런 자리에서 스피커로 참여해 다른 개발자에게 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 외

제가 들은 발표는 다음 6개입니다. 인프런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정수님 -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비전공자 개발자의 지난 4년 회고
• 이동욱님 - 인프런 아키텍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고현민님 - 나 홀로 시골 개발자의 성장전략
• 김민준님 - 개발자의 셀프 브랜딩
• 권용근님 - (레거시 시스템) 개편의 기술
• 김영한님 - 어느 날 고민 많은 주니어 개발자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