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일상을 기록하며

October 16, 2026

지난달부터 개인용 AI 기록 앱 Dayline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앱을 만들게 된 계기와 개발하면서 고민했던 점, 그리고 기록을 남기면서 제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만들게 된 계기

언젠가부터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서 그럴까요. 분명 하루하루가 다른데,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제 기억을 보완해주는 AI 비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도 FIRE 계산기나 다이어트 햄버거 추천 사이트처럼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웹앱을 만들기는 했습니다. 다만 AI를 사용하는 앱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이 내키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게으른 아이폰 유저의 기록법 | Claude with iPhone이라는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아이폰의 미리 알림과 iCloud 연동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했고, Claude Code on mobile로 처리한다는 점에서도 힌트를 얻었습니다. 다만 막상 미리 알림을 써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별도의 서버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건 분명 장점이지만, UI나 사용 경험을 자유롭게 구성하기에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결국 웹앱을 하나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단축어를 사용한다는 점 정도만 영상 속 방식과 비슷하지만, 앱을 만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구현은 바이브 코딩으로 했습니다. 육아를 하며 틈틈이 개발하다 보니 Codex on mobile을 사용했습니다. 웹앱은 늘 쓰던 Vercel에 배포하고, 데이터는 Vercel과 쉽게 연동할 수 있는 Neon DB에 저장하기로 했습니다. 혼자 사용하는 규모라 무료 제공량만으로도 몇 년 치 기록을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AI 작업에는 이미 구독 중인 ChatGPT Plus를 활용합니다. 집에 있는 Mac mini에서 10분마다 배치 작업을 실행하고, Codex의 비대화형 모드로 기록을 정리하거나 분석합니다. 별도의 AI API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개발을 하지 않는 시기에는 Codex 사용량이 남는 게 아쉬웠는데, 이렇게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록만 하면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현재 Dayline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기록만 하면 인생을 되돌아봐 주는 앱'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사용자인 제가 할 일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트위터에 글을 쓰듯 특별한 일이 없어도, 완성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점심이 맛있었다거나, 운동하기 싫다거나, 아이가 귀여웠다는 식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편하게 적습니다. 아이폰 단축어와 음성 인식을 활용해 목소리로 기록할 수도 있고, 직접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AI가 처리합니다.

먼저 짧게 남긴 기록에 적절한 태그를 달고, 음성 인식으로 작성한 글은 문장도 간단히 교정합니다. 이후 하루 동안 쌓인 기록을 하나의 일기로 엮어 줍니다. 원래 작성한 내용과 감정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읽기 편한 글로 정리하는 정도입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주간 하이라이트가 만들어집니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중 특별한 장면을 포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날의 기록을 묶어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기록을 연결해 주는 '긴 흐름'이라는 기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 전에는 운전이 재미있다고 썼는데 최근에는 피곤하다고 썼다면, 그 차이를 짚어 줍니다. 한 달 전에도 소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최근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건넵니다. 반대로 제가 직접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에 운전했던 기록을 찾아줘"라고 물으면 관련 기록을 찾아 정리해 주는 식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AI 에이전트가 기록을 활용할 수 있도록 MCP를 제공하거나, 만화를 그려주거나, 일기를 임시로 공유하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AI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개발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AI의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였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이쪽에 더 생각이 많았습니다.

AI의 역할을 가장 좁게 잡으면, 기록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면서 태그를 달고 문장을 교정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다음은 관찰입니다. 반복되는 행동에서 패턴을 찾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짚어 주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역할을 더 넓히면 관찰한 내용을 해석하고 일상에 대해 조언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영역에서는 직접 개입하거나 제 일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Dayline에서는 이 중 관찰까지만 AI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육아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기록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금은 AI가 과거 기록에서 비슷한 상황에 다른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나,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다른 상황을 찾아 줍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제 감정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앱에서는 그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선 제가 먼저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AI의 제안이 흥미로울 수도 있고, 어쩌면 실제로 제가 겪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앱에서는 잊고 있던 기록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기록을 받아들이고 결론을 내리는 일은 제 몫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서툴더라도 직접 생각해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기록을 다시 보여줄지 AI가 고르는 것만으로도 제 생각에 크게 개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은 기록이 많지 않아서 여러 기록을 골고루 떠올리게 해준다고 느끼지만, 기록이 더 쌓였을 때는 어떨지 지켜보며 조절해보려고 합니다.

바뀐 점

Dayline을 개발하기 시작한 지 6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앱을 만들기 전까지 올해 쓴 일기가 고작 5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제게는 꽤 큰 변화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기록을 남기는 시점이 달라진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일기는 보통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침부터 돌아보며 쓰는데, 아침 9시에 느낀 감정은 밤 10시가 되면 많이 옅어집니다. 그런데 Dayline에는 그때그때 적으니 그 순간의 감정이 생생하게 남습니다. 저도 제 감정을 더 솔직하게 기록하게 됐습니다. 아들을 키우며 느끼는 분노부터 사랑까지, 정리되지 않은 감정도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10개 정도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기만 했다면 다시 읽기도 번거롭고, 계속 기록할 마음도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I가 기록 속에서 다시 생각해 볼 거리를 찾아 주니 꾸준히 적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석이나 조언을 덧붙이기보다 질문을 건넨다는 점에서, 제게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에 가까운 형태로 느껴집니다.

일상이 기록으로 풍성해져서 만족스럽습니다.

마치며

처음에는 혼자 사용했는데, 아내가 재밌어 보인다고 해서 아내 계정도 만들었습니다. 다만 사적인 기록을 OpenAI에 보내는 구조이고 DB 접근 권한도 제게 있다 보니, 더 많은 사람에게 사용을 권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합니다. 랜딩 페이지도 어디까지나 소개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각자 자신만의 Dayline을 만드는 방법을 정리할 수는 있겠지만요. AI가 앱을 점점 더 잘 만들어주는 만큼, 여러분도 굳이 제 취향에 맞춘 앱을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제 일상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례라, 이렇게 소개해봤습니다.